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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미국 변호사의 서랍

부트스트래핑 그리고 계획

2017년 01월 22일


컴퓨터업계에서 쓰는 말 가운데 가장 가슴뛰는 말, 가장 역설적이면서 낭만적이면서 현실적인 말은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나에게는 부트스트랩이다. 이건 원래 “하늘을 나는 방법”이라고 한다. 신발에 달린 끈이 부트스트랩이다. 하늘을 날려면, 먼저 자기가 신고 있는 신의 왼쪽 부트스트랩을 끌어 올려 공중에 올려 놓는다. 그 다음에는 오른쪽까지 그렇게 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부트스트래핑이다. 가장 간단하게 하늘을 나는 방법인 것이다.

컴퓨터에서 닭과 달걀 비슷한 문제가 컴파일러를 만드는 방법이다. 컴파일러에게는 운영체제가 필요하고, 또 운영체제에는 컴파일러가 필요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부트스트래핑하면 된다. 독자의 상상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과정은 상상력에 맡기겠다.

스타트업에서도 부트스트랩이란 바로 이것이다. 제품을 팔려면 고객이 필요하고, 고객을 만들려면 제품이 필요하다. 원래 그래서 제품을 만들고, 고객을 만들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즉 부트스트랩에 대한 대안으로 스타트업은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는다. 외부투자를 받지 않고 이것을 달성하는 방법이 부트스트래핑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하려고 하는 것이 바로 부트스트래핑이다.

AWS Certified Solutions Arthitect - Associate

Solutions Architect - Associate 도대체 나는 왜 새해벽두부터 뜬금없이 AWS Certification을 하려고 했을까? 첫째, 새해벽두니까. 둘째, 이제 앞으로는, 특히 올해에는 법률산업에서도 가장 큰 화두가 인공지능, 클라우드, 보안이 될 것 같다. 이쪽은 왠지 조금 자신도 있고 (블로그 경력 15년.., 그래도 보름 공부하고 붙었으니 이정도는 입증한 셈 아닐까라는 잘난척) 적어도 여기에서만큼은 앞서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있다.

AWS 자격증에는 몇 가지가 있다. Solutions Architect, Developer, SysOps Administrator. 그러니까, 아키텍트, 개발자, 관리자가 있는 셈이다. 그리고, 얼핏 그림을 보면 각각이 Associate과 Professional로 나뉘어 있는 것 같지만, 사실 Professional은 두 개 밖에 없다. Solutions Archtect Professional이 있고, 나머지 두 개는 Devops Engineer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베타테스트로 하는 것이 Advanced Networking, Big Data 그리고 Security가 있는데, Security는 현재 너무 많이 신청해서 닫혀 있다고 한다. 사실 시험 보고 나서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했지?”라는 차원에서 찾아보고 있는 중이다. 자세한 정보는 Our Certifications를 참고하라. 이 가운데 “AWS Certified Solutions Architect - Associate”는 한글로도 시험을 볼 수 있다. 상세한 정보는 영문설명한글설명 페이지를 참고하라. 그러니까, 지금 베타테스트까지 다 해서 7개의 시험이 있는데 그 가운데 단 하나만 한글로 시험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자료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마도 시험을 볼 때 비밀유지약정을 하기 때문도 있을 것이고 시험이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아마존에 가 보면 작년 10월에 출판된 책 AWS Certified Solutions Architect Official Study Guide: Associate Exam 1st Edition을 살 수 있다. 종이로 사면 39달러, 이북으로 사면 20달러, 당연히 이북으로 샀다. 그리고, 애플 앱스토어에서 7달러 가량 되는 앱을 하나 사서 문제를 풀어 보았다. 그러니, 총 든 시간 보름, 총예산 약 180달러 가량 되는 것이다. 평균연봉이 12만달러가량 된다고 하니 그리 나쁜 투자는 아닌 것이다.

또 뭘 보지?

여기에서 고민이 생겼다. 구글에도 비슷한 시험이 있긴 한데, 이건 베타테스트인데다가 아직 자료가 거의 없다 (google certified professional 참고). 내용은 거의 비슷할 것 같지만, 이런 종류의 시험을 준비할 때 가장 큰 애로사항이 나는 해 보고 책으로 공부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학원은 돈도 너무 비싸고, 시간을 낼 수가 없다. 솔직히 코세라도 정기적으로 들을 시간을 낼 수 없을 때가 많다.

다른 옵션은 아예 Solutions Architect - Professional 시험을 보는 것도 있지만, 이건 좀 더 수련을 하고 나서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또 다른 옵션은 내친 김에 AWS 개발자(Developer)와 시스템관리자(SysOps Administrator)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쪽도 자료가 없다! 아마존에 문제집이 하나씩 올라와 있는데 평가를 보니 안보는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차라리 데이터과학쪽으로 눈을 돌려 볼까 생각중이다. 이런 와중에…

이력서

우연찮게도 지인이 전화해서 무슨 프로젝트 관련하여 이력서를 보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한글 이력서가 필요하다기에 간단히 한장 만들어 보냈다. 그러고 나니 (배 떠나고 외양간 고치는 셈이겠지만) 갑자기 이력서를 제대로 한 번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직장을 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프로젝트에도 요즘은 이력서 첨부를 요구하지 않는가? 혹시 아는가, 이것 때문에 클라우드 관련 파트타임 일이라도 해볼 수 있게 될 수도 있고 (Professional 시험을 보려면 아무래도 많이 부딛쳐 보는게 최상이라는 결론이 들었다), 뭐든 제대로 하려면 자꾸만 부딛쳐야 될 것 아닌가. 또 가끔씩 찾아 오는 블로그의 고마운 독자들에게 혹시 뭔가 도움이라도 될지…

전략

한국의 이력서와 미국의 resume는 다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처럼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뭐든 더 좋고 더 잘한다는 뜻이 아니고, 미국과 한국의 이력서에 대한 접근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두 가지 가장 큰 차이가 한국에서는 사진을 동봉한다. 그리고, 학력, 직업, 자격증 등을 표로 만들어서 붙이도록 한다. 사진을 붙이는 것은 미국에서는 다양한 이유에서 실질적으로 금기사항이다. 모델일 하는 것 아니라면, 사진이 왜 필요하겠는가? 게다가 인종, 성별, 나이로 차별하는 것이 철저히 금지된 나라이다보니… 또 도대체 주민등록번호는 갈지 안갈지도 정해지지 않은 나라에서 왜 필요한지… 그리고, 표로 만드는 것은 대량의 자료를 일괄적으로 처리하기에는 좋겠지만 (또 공장이나 대규모 사무실처럼 단체로 뭔가를 일괄적으로 해야 하는 경우에는 적당할 수도 있지만), 창의력이나 마케팅 등의 다양한 창조적인 작업이 요구되는 현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미국이 더 옳아서가 아니라, 사회가 그렇게 흘러가고 또 세상이 그렇게 바뀌어가기 때문에 결국은 미국식의 이력서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영어로 만들고 그걸 따라서 한글을 만들었다고 해서 (그래서 한글도 영문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라서) 변명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게 대세이다.

일단 작전을 세워야 하므로, 두 개의 글을 (비록 영문이지만) 강추한다. 첫째는 HBR의 Improve Your Résumé by Turning Bullet Points into Stories 그리고 둘째는 Fast Company의 The Ultimate Checklist For Digitally Upgrading Your Resume이다. 첫째 글을 쓴 Jane Heifetz는 이력서를 스토리텔링의 관점에서 접근하라고 한다. 이력서는 본질상 과거에 대한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회사에서 관심있는 것은 미래이다. 회사에서는 자기네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묻는데, 정작 이력서에서 대답하는 것은 나는 과거에 무슨 일을 했는지이다. 이 두 개가 분명히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이제는 법무팀의 문제이다. 경쟁사에서 직원은 빼내오는 것은 아닌지, 경쟁사에서 사람 뿐 아니라 기술이나 노하우나 다른 재산까지 빼내 오는 것은 아닌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이야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자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회사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똑같은 양식 하나 써서 수십장 인쇄해서 막무가내로 보내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란 뜻이다. 나의 과거사가 당신의 미래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 대답하는 것이 이력서의 이야기의 핵심이다. 할 이야기가 있어야 하고, 그 이야기가 회사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위 링크를 따라가 보면 세 가지 예가 적혀 있다.

두번째 링크는 소위 말하는 디지털 이력서 업그레이드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기에서 당장 딜레마가 보일 것이다. 실제로 일을 찾기 위해 쓰는 이력서는 나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내가 이력서를 보내는 회사 이야기여야 한다면, 디지털 이력서는 어째야 하는가? 일단 독자가 없다. 아니, 누군지 모른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관심을 어떻게 끈단 말인가? 여하튼 이 글에서는 디지털 이력서의 포맷에 대하여 몇 가지 중요한 충고를 한다.

1. 간단하게 하라 (Keep it simple). 좋은 충고이다. 나는 가능하면 1페이지에 모든 것이 다 들어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면 스토리텔링은? 대체로 미국에서는 이력서를 보낼 때 커버레터라고 하여, 별도로 편지를 하나 써 보낸다. 만약 디지털로, 인터넷에 올리는 이력서라면 개인 전화번호나 사진은 당연히 포함시키지 않아야겠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이 부분에 대한 안배이다. 모든 것을 다 쓸 필요 없다. 읽는 사람이 찾는 것을 중심으로 취사선택하라. 스토리텔링은 다음 페이지에서 하라. 포맷은 유지하되, 이야기를 적으라.

2. 소프트스킬을 포함시키라. 리더십, 팀워크, 커뮤니케이션 창조성 같은 이야기를 하라. 가능하면 숫자나 도표로 하라. 소프트스킬은 입증하기 어렵다. 입증이 어렵다면 시각화라도 제대로 하라.

3. 길어도 괜찮다. 사실 이 부분은 나는 생각이 다르다. 길어도 좋지만, 길게 쓰는 경우에는 첫페이지에 반드시 “Executive Summary”처럼 작성하라. 즉, 바쁘면 첫 페이지만 읽고도 자기가 찾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도록 하라. 두번째 페이지부터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계속해서 읽을 수 있도록 하라.

4. 키워드 중심으로 작성하라. 마치 검색엔진이 찾아주기를 바라는 웹사이트 디자이너처럼 키워드가 눈에 띄도록 하라.

5. 개인 브랜드를 강조하라. 개인 브랜드를 강조하는 “형용사”를 구사하라.

6. 클릭할 수 있도록 하라. 온라인 기사나 인터넷 링크를 포함시키라.

7. 독자를 파악하여 독자에게 맞추라. 위에서 스토리텔링에서 한 이야기와 비슷하므로 생략.

8. 핸드폰과 태블릿, PC에서 열어서 읽어 보라. 가독성을 높이려면 pdf로 만드는 것도 좋다.

참고로 위 글에서 링크한 top resume tips, what to put in your resume’s “objective” sectionconfessions of an HR recruiter: you need a resume overhaul도 같이 읽어 보면 좋다.

일단 색감이 좀 유치하지만,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지 않은가? 만들다보니 회춘한 기분도 들고… 전화번호는 인터넷에 공개하기가 그래서 과거 미국에서 만들어 두었던 구글 보이스 번호를 사용하였다 (구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가운데 검색과 지메일 다음으로 애용하는 서비스이다). 항상 받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메시지는 남길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메일이 있지 않은가? 나는 이력서에 목표 (Objective)가 들어가는 것을 아주 싫어하지만 (무엇보다도 자기만족적이다), 이런 경우에는, 즉 안하던 일 하려면 필요할 것 같아 추가하였다. 그리고, 단 한 페이지의 원칙에 맞추어 이런 맥락에서는 가장 중요하지 않은 정보(쓴 책)를 다음 페이지로 넘기고, 간단한 커버레터같은 글을 썼다. 혹시 아는가? 좋은 알바자리라도 얻어 걸릴지?

이렇게 해서 만든 영문이력서 (pdf)한글이력서(pdf) 링크도 붙여 본다. 이것은 ShareLaTeX의 Smart Fancy CV를 수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