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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미국 변호사의 서랍

정치공학, 그 가소로운 쥐 고양이 생각: 데이터과학과 선거

2016년 11월 26일


2012년, 오바마 선거팀에서는 서해안에 사는 40대 아줌마들은 조지 클루니에 열광한다는 유별난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조지 클루니와 버락 오바마와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대회를 열었고, 수백만 달러의 기부금을 벌어 들였다. 그리고, 동해안에서는 데이터마이닝을 통하여 조지 클루니에 못지 않게 매력 있는 인물로 사라 제시카 파커를 찾아 내었다. 이런 식으로 오바마 선거팀은 아주 많은 후원금을 모았고 (우리나라 돈으로 1조원이 넘는 돈), 재선에 성공하였다 (Inside the Secret World of the Data Crunchers Who Helped Obama Win).

그 배후에는 전설적인 데이터 사이언스팀이 있었다. 그 팀의 리더 (chief scientist)는 파키스탄 출신의 데이터 과학자 라이드 가니 (Rayid Ghani)였다.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 선거팀의 최고전략가였던 데이빗 액셀로드 (David Axelrod)는 2012년의 데이터마이닝 기술에 비하면 2008년 선거는 “선사시대”였다고 말한다 (Can Obama Data-Mine His Way to Victory?).


그나저나, 요즘 페이스북을 읽으면서 가장 불편한 것이 소위 말하는 정치공학 내지는 정치공학적 계산이라는 이야기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지? 정치학을 공부했는데도 이게 무슨 뜻인지는 전혀 모르겠다. 위키피디어를 찾아 보니 딱 3개의 언어로만 엔트리가 있다. 영어, 한국어 그리고 인도네시아 바하사어. 영어 political engineering 항목에서 말하는 것과 한국어 정치공학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다른 뜻이다.

영어로 “political engineering”은 예를 들어 쿠테타와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막고,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정치제도, 예를 들어 법률이나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반대로 한국어 정치공학은 - 공교롭게도 오바마 재선과 같은 시기인 - 2012년부터 쓰이기 시작했는데, “유권자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되지는 않는 형식적인 것(예를 들면 공통점이 없는 두 당의 합종연횡이라던가 선거 제도 변경 등)을 정치인들의 이익을 위해 행하는 행위라는 부정적인 뜻으로” 쓰인다 (고 한다). 그러니까, 대세에는 지장이 없지만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방향으로 상황을 끌고 가기 위해서 부리는 꼼수라는 뜻이렸다.

지금같은 상황에서 분노하지 않기도, 제정신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지만, 페이스북 친구들이 모조리 (한국적 의미의) 정치공학자가 되는 것도 불편하다. 허구헌날 날짜 계산이나 하고, 법전이나 뒤적이는 것도 공민의식의 제고에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마치 특정 정당의 주식이라도 산 것처럼 어떻게 하는 것이 그 정당의 주가를 끌어올리는데 유리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불리한지 따지고 계산하고 설득하는 것도 좀 불편하다. 물론, 그 당의 당원이라면야 당연히 그래야겠지만, 도대체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런 정치공학적인 계산을 남에게 설득시키려 하는 것처럼 우스꽝스럽기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편을 들지 않기도 어렵지만, 원고측에서 구석에 처박혀 있는 법규정을 거들먹거리고, 일정에 대하여, 연합에 대하여 전술적인 토론을 하면서 피고측에서 그렇게 하는 것을 비난하는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 것을 오래 보다보면 머리가 어질어질해진다.

배심원을 설득하는 것은 일정과 규정과 규칙과 계산이 아니고, 실질이다. 민의를 움직이는 것도 구석에 처박힌 법규정 하나가 아니고 우리의 미래이다. 계산만큼 설득적이지 않은 것도 없다. 일단 자기 패를 보여 주고 포커를 치는 것처럼 우스꽝스럽고, 몇월며칠에 무슨 일이 있고, 몇월며칠까지 무슨 일이 생겨야 한다는 로드맵으로 사람들 설득하려 하는 것도 제정신이 아닌 듯하다.

앞의 글에서 말한 것처럼 정작 우리가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마치 자기가 대선주자라도 된 것처럼 이렇게 하면 유리하고 이렇게 하면 불리하다는 식의 훈수, 고양이 쥐 생각하기 (아니 쥐 고양이 생각하기인가?)는 국민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국민이 해야 할 일은 반대이다. 내가 원하는 것, 내가 기대하는 것, 내가 반대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찬성하는 것을 정치인에게 알리고 강제로라도 알게 하고 설득하고 끌고가는 것이 국민이 할 일이다.


(미국 이야기이지만) 정치인들은 갈수록 (데이터에 관한 한) 영악해져가고 있다. 요즘은 내가 이런 선거 관련 광고를 봤다고 해서 남들도 똑같은 광고를 봤다고 장담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테드 크루즈 선거팀에서는 2015년 5월 라스베가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공화당 유태인동맹이 회의를 할 때, 테드 크루즈가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안보를 얼마나 챙기는지 하는 웹 광고를 제작하여 오로지 그 호텔 안에서만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런 것을 마이크로타게팅 이라고 한다.

이런 걸 어떻게 아느냐고? 모두가 마케터 출신이다. 그것뿐 아니다. 그들은 데이터 애널리틱스도 잘 알고, A/B 테스트도 알고, 쿠키도 알고 소비자 마케팅에서 사용하는 모든 기술을 다 안다. SNS 시대의 정치 마케팅 - 정치공학 - 은 소비자 마케팅과 같은 것이다. 정치 아젠다는 소비된다.

그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이 과정은 거꾸로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의 선거운동은 당연히 부동표에 집중하게 되어 있다.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드 가니는 오바마 선거팀에 합류하기 전에 액센쳐에서 슈퍼에서 어떤 식으로 물건을 진열해야 매상을 높일 수 있고, 누구에게 쿠폰을 줘야 매출을 높일 수 있는지를 연구하였다. 이미 살 물건을 사는 사람에게 쿠폰 줘 봤자 의미 없는 일 아니겠는가? 마찬가지로 선거에서도 모든 마케팅은 살지말지 고민하는 사람, 부동표에 집중하게 되어 있다. 거꾸로 소비자들도 영악해져간다. 살지말지 고민해야 가장 싼 값에 살 수 있다. 이런 스마트폰 앱도 많이 생기고 있다. 유권자들과 정치후원금 기부자들과 정치, 사회단체 역시 부동표인 것처럼 행동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메시지가 나오면 후원과 지지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후원을 취소하는 식으로 해서, Weapons of Math Destruction의 저자이자 월스트리트점령운동의 활동가이자 mathbabe 블로거 캐시 오닐이 말하듯이 마치 먹이로 개를 훈련시키듯이 정치인을 관리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정교하지는 않겠지만 (역시 규모의 경제가 문제) 이런 효과를 우리는 인터넷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정 정치인이 무슨 이야기를 하건, 요즘처럼 반응이 즉각적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당장 지지율이 올라가고 당장 지지율이 내려간다.

이 둘이 결합하면, 민주주의에는 아주 독특한 패턴이 형성되는데, 이 패턴은 위기일 수도 기회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이 결국에는 마이크로리스닝 (microlistening) 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드림캐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것이 정치에서 지금까지는 누구도 체계적으로 수집하거나 사용하지 못했던 개인 정보라는 장르를 이해하고자 하는 텍스트 애널리틱스에의 베팅이라고 한다. 오바마의 타게터들은 이 프로젝트를 통하여 어느 유권자에게 접근하고, 그들에게 어떤 말을 할지에 대한 더욱 정교한 의사결정을 하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선거운동 담당자는 말한다. “이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활용하여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를 더 잘 예측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오히려 우리가 더 잘 듣는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수백만명이 동시에 여러분에게 말을 하면 모든 말을 다 듣기는 아주 어렵다. 텍스트 애널리틱스와 다른 도구를 활용하여 모든 사람이 하는 말을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1

드림캐쳐는 오바마 선거팀에서 사용한 코드네임이다. 그는 오바마 재선을 성공한 것만으로도 원하는 회사 어디로도 갈 수 있었을 것이고, 강연만 다니면서 수금만 해도 잘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이런 길을 선택하지 않고 공공선을 위하여 데이터과학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추진하는 일을 한다. 그는 말한다.

내 개인적인 희망은 선거운동이 데이터 사용에 있어 더 성숙해지는 것이다. 데이터는 비밀무기가 아니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더 많은 대중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이다. 나는 데이터의 사용이 투자자들이 더 많은 개인화되고 관련성이 높은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하고, 그들이 쟁점들에 대하여 더 많은 교육을 받게 하고, 정치 토론에 더 많이 참여하게 하고, 심지어는 공공정책을 만드는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미래가 흘러갈 것이라고 본다.2

정치공학이 무슨 뜻이건, 지금까지는 무슨 뜻으로 사용되었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야 한다.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SNS가 약속하는). 아직 그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확실한 것은, 새로운 시대는 정치인을 따르는 시대가 아니라 캐시 오닐이 말하듯이 그들을 “개처럼 먹이로” - 그러니까 표와 지지와 후원금으로 - 훈련시켜야만 하는 시대인 것이다. 따지고 보면, 마이크로타게팅의 미래는 마이크로리스닝이다.

  1. How cutting-edge text analytics can help the Obama campaign determine voters’ hopes and fears.에서 인용. 원문은: “Yet those familiar with Dreamcatcher describe it as a bet on text analytics to make sense of a whole genre of personal information that no one has ever systematically collected or put to use in politics. Obama’s targeters hope the project will allow them to make more sophisticated decisions about which voters to approach and what to say to them. “It’s not about us trying to leverage the information we have to better predict what people are doing. It’s about us being better listeners,” says a campaign official. “When a million people are talking to you at once it’s hard to listen to everything, and we need text analytics and other tools to make sense of what everyone is saying in a structured way.” ↩︎

  2. Obama’s secret weapon in re-election: Pakistani scientist Rayid Ghani에서 인용. 원문은 다음과 같다. “My personal hope is that as campaigns get mature in the use of data,” he said. “Data isn’t a secret weapon but an enabler of better democracy and more public participation. I see the future use of data as enabling more personalised and relevant interactions with voters, to get them more education about issues, more involved in political discussions, and have them even participate in creating public polici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