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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미국 변호사의 서랍

[biotechnology] 바이오 테크놀로지 사업 이야기 첫번째 - 바이오벅스

2016년 11월 20일


어느날 헤드헌터가 찾아왔다. 제법 유망한 회사에 제법 괜찮은 직함이다. 맡아야 하는 역할도 괜찮다. 게다가 요즘 잘 나가는 바이오벤처이다. 대박만 나면 예상되는 일년 매출이 1조원 이상이다. 이건 뻥이 아니다. 원래 블록버스터 드럭 (blockbuster drug)이란 회사에 최소 10억달러 (한화로 약 1조2천억원) 정도를 벌어 들이는 약이다. 게다가, 이 회사에서는 현재 연구하고 있는 약품이 3-4개 정도 된다고 한다. 이 일을 맡아야 할까?

현실을 보자. 여러분이 실제로 해야 하는 일은 앞으로 짧으면 10년에서 15년, 길면 20년 동안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약 2조 (미화로 약 15억 달러) 정도의 돈을 빌려 오는 것이다. 연구하는 약품이 3-4개라면 이 금액에 3-4를 곱해야 한다. 그리고 수많은 에고 강한 과학자들과 엔지니어와 통계학자와 프로그래머와 변호사와 회계사와 투자자들이 서로 싸우고 삐지고 뛰쳐 나가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또, 끝없이 새로 유능하고 에고 강한 과학자들과 엔지니어와 통계학자와 프로그래머와 변호사와 회계사와 투자자들에게 삼고초려하는 일이다. 새로운 장비를 만들고, 사고, 안되는 일을 되게 해야 하는 일도 포함된다. 또 수많은 정부 관료를 만나고 설득하는 일은 물론이고, 환자들의 기대와 우려와 불만에도 대답해야 한다. 파트너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프로젝트가 망하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수 있다.

이것은 그냥 벤처가 아니다. 바이오벤처는 벤처중에서도 별종이다. 여기에 비하면 소프트웨어 벤처는 장난이고 연습이다 (소프트웨어 벤처를 깔보는 말은 절대 아니다). 모든 벤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열정이라고 하지만, 바이오벤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열정,” 그러니까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이라고 한다면, 이건 절대로 농담이 아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이 일을 시작하는 것 같아서, 이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사실 걱정스럽기도 하다. 물론, 나보다는 훨씬 더 잘 알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하는 일이니 걱정할 필요야 없겠지만… 그럼에도, 바이오벤처에 대해서 생각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 분야에서 (생물학이나 분자생물학이나 유전공학같은 것 빼고 - 가끔씩 곁다리로 이런 이야기도 하겠지만, 이것은 내가 여기서 정리하고자 하는 주제는 아니다) 도대체 무슨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고, 무엇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지 정리해 볼 생각은 옛날부터 있었다. 너무 방대해서 엄두가 나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는 여전히 무모하겠지만, 한 번 해 보려 한다.

처음으로 이야기할 것은 이쪽 업계에서는 나름대로 유명한 “바이오벅스 (biobucks)”라는 말이다. 이건 농담이다. 그리고, (앞의 경고가 충분하지 않은 사람을 위한 추가) 경고이다. 바이오벤처 회사가 대형제약사와 맺는 파트너십 계약이 지나치게 높은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에 이걸 바이오벅스라고 한다. 계약의 구조는 이렇다. 바이오벤처 회사가 개발중인 약품, 많은 경우 “proof of concept” 단계를 겨우 지난 약품에 대하여 대형제약사와 파트너십 계약을 한다. 계약을 체결하면, 제약사는 바이오벤처에게 일부 현금을 지급하고, 장래에 추가로 (동물실험, 인간실험, FDA 승인 등과 같은 마일스톤을 달성하면) 단계별로 돈을 지급하기로 약속한다. 적어도 수천억 달러짜리 계약이다. 그게 뭐가 문제냐고 생각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약정한 금액의 10% 이상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Passing the Biobucks 참고). 그만큼 리스크가 높은 것이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이런 바이오벅스 계약의 경우 계약금 전체를 공시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어 최근 한미약품 사태같은 일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있다.1 공시규정을 마일스톤 단위로, 그러니까 임상실험 단계별 금액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럼 왜 그런 계약을 할까? 많은 회사들이 마치 마일스톤을 달성한 것처럼 하여 주가를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한다. 그리고, 기관투자자나 벤처캐피탈에서 이런 약품개발에 투자를 주저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 할 수 있는 최선의 거래이기도 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으로 많은 바이오벤처들이 이런 바이오벅스 계약을 따내는 것까지를 목표로 하여 설립되기도 한다. 일종의 “가상 회사”들이 양산되는 것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금으로 대학 또는 제약회사에서 특정 약품에 대한 라이센스를 받아, 이걸 “proof of concept” 단계까지 끌고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단계에 도달하여 대형제약사와 바이오벅스 계약을 하는 단계까지 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회사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가상회사이건 제대로 된 바이오벤처이건 제약사이건 약을 만들어서 수백억원을 벌기까지는, 심지어는 바이오벅스 계약까지 가기까지도, 멀고 험난한 길을 가야 한다. 밟아야 하는 단계는 대충 다음과 같다.

  • 포트폴리오 작성
  • 프로필 작성
  • 검색
  • 평가
  • 텀시트 작성 및 합의
  • 협상
  • 계약 작성 및 체결
  • 동맹2

위의 두 가지 경고에도 불구하고, 꼭 이 일을 해야만 하겠다는 용감하고 열정 넘치는 사람들을 위하여, 한 번 나도 용기 내서, 열정을 가지고 정리해 보고자 한다. 뭐든 제대로 하는 풍토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시 관심이 높다면, 한달에 1-2번 정도 만나서 토의하는 자리를 만들거나, 또는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경영과 관련된 뭔가 다른 것을 꾸며 볼 생각도 하는 중이다.

  1. 한국경제신문, 성과단계별로 돈 받는데 ‘수주총액으로 공시’ (2016년 10월 4일) ↩︎

  2. Martin Austin, Business Development for the Biotechnology and Pharmaceutical Industry (2008) 참고. 이 과정은 바이오 스타트업의 기준이라기보다는 바이오스타트업과 이런 계약을 하는 제약회사 기준에서 기술한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에 조금 더 자세히 살펴 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