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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미국 변호사의 서랍

블로그 다시 시작하기

2016년 10월 9일


2000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법이 아닌 뭔가 마음 뺏길 만한 것을 찾아 처절하게 헤메다가 블로그를 발견했던 것이… 그렇지만, 법 보다는 재미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그러지 않았으면, 어찌 그랬겠는가?) 이틀 정도 지나서 지워버렸다. 그리고, 2002년이었다. 리서치, 회의, 문서작성 그리고 (깨진 후의) 반성과 수정의 쳇바퀴에서 벗어나고자 사투를 벌일때, 다시 한 번 블로그를 들여다 보았고 (남들은 열심히 싸이월드에서 도토리를 모으고 있었다), 헤어날 수 없게 되었다. 교훈이라면, 블로그는 (법 보다는 재미 없지만) 생업과 사내정치와 관료주의보다는 훨씬 더 재미있다. 그리고, 2016년이 되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특히 페이스북.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를 고집할 이유가 있을까?

페이스북은 2004년 (Facebook history), 트위터는 2006년 시작하였다 (Twitter). 형태상 최초의 블로그라고 할 수 있는 Links.net이 1994년 시작되었고, 1997년 웹블로그라는 말이, 그리고 블로그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1999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A brief history of blogging), 블로그는 10년도 안되는 시간에 소셜 네트워크에 점령당한 셈이다.

내 기억으로는 처음으로 도메인을 산 것이 2002년 또는 2003년이었고, 지금의 도메인으로 정착한 것이 2008년이었다.

텍스트보다 코드

고백하자면,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글쓰기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라, 기술에 대한 흥미였다. 나이가 아주 많거나, 전생에 나라를 구한 변호사가 아니라면, 변호사가 일을 한다는 것은 뭔가를 쓰거나, 뭔가를 읽고 있는 일이다.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애정이나 관심이 있을 리가 없는 시절이었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거나, 나이가 아주 많다면, 뭔가를 읽거나 쓰는 사이사이에 회의, 통화, 재판, 실사, 협상 등등 종이가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운 좋은 시간이 끼어들 수도 있다. 맨 처음으로 진지하게 사용하기 시작한 블로깅 도구는 drupal이었다. 학습 곡선이 좀 있어서 그렇지, 배우기만 하면 못할 게 없는 도구이다. 블로깅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궁금한 사람이 사용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구였다. 다만, 너무 복잡하고, 안되는게 없는 대신 좀 너무 무겁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더 큰 문제는 항상 내가 무식하고, 그래서 도구의 잠재력을 100% 활용하지 못한다는 죄의식이 들게 하는 소프트웨어이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써본 것이 워드프레스였다. 워드프레스의 강점은 역시 업계 표준으로서의 지위와 없는 게 없는 플러그인, 그리고 다양한 테마 – 또는 스킨이다. 업계 표준으로서의 약점은 플러그인과 업데이트가 너무 많고 헷갈린다는 점, 그리고 계속 블로깅을 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놀고 있을 변명거리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공을 많이 들이고,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도구는 텍스트패턴이었다. 아주 단순하면서도, 테마 또는 스킨 작업을 직접 하기에는 이보다 좋은 도구가 없다. 물론, 블로그계의 전설인 무버블타입도 써 봤다. 그 다음에는 php 기반에서 루비 (메피스토)또는 파이썬 (펠리칸)기반의 도구로 넘어갔다가, 마침내 지킬에 안착하였다. 이 블로그도 지킬로 만들었다.

돌이켜 보면, 메피스토는 참 다루기 힘든 도구였다. 가장 큰 문제가 버전 관리였다. 이건 루비 온 레일즈 자체의 문제이다. php와는 달리 취미로 하기에는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이건 그냥 단순한 웹 호스팅 서비스를 이용해서는 설치할 수도 없다. 다른 말로 하자면, 돈도 많이 들고 공도 많이 든다. 설상가상으로 개발자가 메피스토의 업데이트를 포기해 버렸다. 돈, 시간, 버전관리, 이 세가지가 모이면 퍼펙트 스톰이다. 피해갈 재간이 없다. 메피스토를 포기한 이후로는 루비 온 레일즈 기반 블로그 도구를 안 쓰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런데, 다시 루비 기반의 지킬로 돌아왔다. 이렇게 돌아온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지킬은 정적 사이트 생성기이다. 그러므로, 아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고, 거의 무료로 쓸 수 있는 곳도 많다. 위의 메피스토와는 정반대이다. 둘째, RVM이 개발된 이후, 루비에서 버전 관리가 쉬워졌다. 셋째, 정적 사이트 생성기이므로, 글을 쓰기 위해 원격으로 웹페이지에 접속해서 할 필요가 없고, 내 컴퓨터에서 내가 원하는 편집기를 사용해서 글을 쓸 수 있다. 나는 이 글을 atom 편집기로 쓰고 있다. (지킬의 장점과 사용방법은 다음에 자세히 정리하겠다.)

이렇게 보면, 내가 블로그를 한 이유는 할 말이 많아서도 아니고, 스스로 저널리스트라고 생각해서도 아니고, 영업이나 마케팅을 위해서도 아니었다. 나는 블로그용 도구가 궁금했을 뿐이었다. 나는 소프트웨어를 써 보고 싶었다. 글은 소프트웨어를 쓰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소프트웨어가 글쓰기를 위한 도구인 것이 아니라… 글은 내게 Lorem ipsum에 불과했던 것이다. 내가 거의 15년째 블로그를 하면서도 과거의 글이 쌓여 있는 게 거의 없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1

코드에서 텍스트로

내 생각에는 약 2-3년 전이었던 것 같다. 나도 블로그를 lorem ipsum 이상으로 다루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렵부터 블로깅이 뜸해졌다. 도저히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나에게 글쓰기는 조금 더 정교한 lorem ipsum 이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도저히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목표를 무엇으로 잡아야 하나? 돈? 출판? 구독자수? 그런데 왜 텍스트에 관심을 가지기로 생각했을까?

하나는 지킬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텍스트패턴을 좋아했던 이유는 그 단순함에는 글 자체에 집중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지킬도 마찬가지이다. 역설적이지 않은가? 글보다는 코드 자체에 관심이 많아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좋은 소프트웨어의 기준은 글에 집중하게 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니… 게다가, 웹서버의 블로깅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글쓰기 공간이 아니라 내가 평소에 사용하는 편집기를 사용하는 것도 마음을 안정시키고 글 자체에 집중하는 힘을 더욱 높여 준다. 아마 그래서 나도 이제는 코드가 아니라 텍스트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유일한 문제는 여전히 – 아직도 – 할 말이 없는 것 뿐이다.

하지 않을 말은 많다. 정치 이야기 하지 말기, 남 이야기 하지 말기, 특히 남에 대해서 나쁜 말 하지 말기… 오랜 시간 블로깅 소프트웨어를 쓰면서 뼈아프게 배운 교훈이다.

또 시간 너무 많이 쓰지 않기. 이 규칙을 만든 이유는 나는 블로그 소프트웨어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코더도 아니고 엔지니어도 아니어서 이게 내가 먹고 사는 것과 별반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블로그는 아주 중독성이 강하다. 여기에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간단하다. 여기에 너무 시간 많이 쓰지 말자. 지금 그렇다는게 아니라,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링크에서 저널에서 책으로

최초의 블로그라고 생각되는 (이름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홈페이지의 주소가 links 였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나처럼 블로그의 텍스트가 lorem ipsum 이상 큰 의미 없었던 사람에게 가장 손쉬운 컨텐츠는 링크이다. 그나마 블로그가 내게 관심 있는 컨텐츠의 저장소의 역할도 하고, 이걸 공유할 수 있는 기능도 하고, 또 그걸 기초로 해서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 교제할 수도 있고… 그런데, 소셜 네트워크가 나타나면서 이 모든 기능을 한번에, 더 싼 값에, 더 잘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 가운데 전문적인 기자, 저자, 연예인, 정치인 등등 남들이 소비할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 내는 사람, 즉 컨텐츠 생산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링크를 공유하고, 댓글을 다는 행위는 컨텐츠의 생산 행위가 아니라, 컨텐츠의 소비 행위이다. 블로그는 컨텐츠 소비자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이게,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가 나타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블로그를 버리고 거기로 옮아 간 것이다. 컨텐츠를 소비하면서, 이런 소비 행위를 기반으로 한 친구 사귀기 기능까지 더해져 있으니, 더 바랄게 무엇인가? 게다가, 새로 컨텐츠를 창조해내야 한다는 부담도 없다!

귀차니즘 때문에 그동안 내가 직시하지 못하고 서랍 한 구석으로 밀어 넣어버렸던 문제의식이 바로 이것이다. 블로그를 할지, 소셜 네트워크를 할지 질문할 때, 사실상 내가 물어야 하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나는 컨텐츠의 생산자인가, 아니면 소비자인가?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컨텐츠의 생산자이고자 하는가, 소비자이고자 하는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하기 어려운 이유는 귀차니즘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에고이다. 어릴적부터 우리는 이런 식으로 프레이밍된 질문을 접하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배워 왔다. 이런 선택은 우리 속에 하드코딩되어 있다. 이걸 내려 놓아야 한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냥 “나도 컨텐츠 생산자였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일도 하고, 이걸로 돈도 벌고…” 이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나처럼 취미로 이걸 한 사람에게는 아주 어려운 문제이다. 이렇게 물어 보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할 수 없는데 블로그로만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이렇게 물어 보면, 위의 에고가 정답을 찾는 프레임을 벗어날 수는 있지만, 기술적인 기능 (feature)에 대한 질문으로 오해하게 된다. 특히, 나처럼 기술적인 관심 때문에 블로그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노는 사람이라면… 그것 말고!

나는 저널리스트인가? 저자인가? 정치인인가? 마케터인가? 온라인에서 나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 블로그로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래야 내가 블로그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돈을 투자할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워 블로거, 파워 소셜 네트워커가 되는 방법

파워 블로거가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파워 소셜 네트워커가 되는 방법도 간단하다. 일단 하루라도 먼저 시작하라. 그리고, 꾸준히 하라. 그리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하라.

왜 이렇게 하면 파워 블로거가, 파워 소셜 네트워커가 될 수 있을까? 파워 블로거와 파워 소셜 네트워커는 그 사람의 영향력의 정도에 따라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말에서 방점은 영향력이 아니라 “정도”이다. 누군가는 영향력의 “정도”를 계산하고 기록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은 누군가는 영향력의 정도를 숫자로 나타내는 방법을 만들어 내었다는 뜻이다. 대표적으로는 어떤 글로 이어지는 링크의 수 (구글) 또는 그를 따르는 사람의 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킹) 등으로 한 사람의 영향력 또는 어떤 글의 영향력을 “계산”한다는 뜻이다. 이걸 이해하고 나면, 이제 과제는 간단해진다. 숫자가 되는 것이고, 점수가 되는 것이다. 이제는 게임처럼 점수를 높이기만 하면 된다. 팔로워 숫자를 계산한다는 점에서 소셜 네트워크는 사람 중심이고, 링크의 수를 계산한다는 점에서 블로그와 웹사이트는 글 중심이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이건 이 게임에는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목표는 사람을 많이 끌어 모으는 것이다. 아니, 파워 블로거가 되고, 파워 소셜 네트워커가 되는 비결은 말이다.

하루라도 먼저 시작하고, 끈질기게 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평가 시스템은 덧셈만 알지 뺄셈을 모르기 때문이다. 링크의 숫자는 계속 쌓이지 삭제되지 않는다. 팔로워 숫자는 이렇게 간단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더해지지 빼지지 않는다. 물론, “언팔”이라는 게 있긴 하지만 – 언팔은 따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주 흥미롭다. 왜냐하면, “언팔”을 통해서, 그는 실질적으로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만 따라 다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렇게 해서 편견이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 대체로 오래 하면 할수록 추종자는 늘어나게 마련이다. 팔로잉과 언팔이 흥미로운 것처럼, RSS의 죽음도 흥미롭다.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생각해 보자.

또 흥미로운 것은 블로그와 소셜 네트워크는 접근법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상상해 보자. 컴퓨터 쪽으로 아주 유명한 블로거가 있다고 하자. 그가 쓰는 글은 통찰력도 넘치고 영향력도 아주 높다. 그런데, 그가 어느날 - 생뚱맞게도 - 정치 이야기를 했다고 해 보자. 예를 들어, 트럼프 이야기. 그 글의 영향력은 얼마나 높아야 할까? 검색엔진의 접근법을 따르자면, 적어도 구글의 관점에서는 그 글은 별로 영향력이 없다. 점수를 매기는 대상은 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셜 네트워크의 관점에서는 그 글은 아주 랭킹이 높아야 한다. 점수는 사람에게 매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책으로

나는 영향력을 높이고 싶은가? 나는 주목을 받고 싶은가? 글쎄, 그걸로 뭘 할까?

나는 별로 그러고 싶지 않다. 여기에 나의 딜레마가 있다. 나는 게임을 하고 싶지만, 그 게임에서 인정하는 점수를 높이고 싶진 않다. 도대체 그 점수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정치적인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뉴스거리를 만드는 사람도 아니고 뉴스거리를 만드는 사람을 찾아 다니는 사람도 아니다.

이걸로 돈을 벌고 싶은가? 글쎄,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글쎄? 돈을 벌기 위해서는 뭔가를 포기해야 한다. 그걸 우리는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내키는 대로 블로그를 갈아 엎을 자유 말이다, 예를 들자면. 또, 돈을 벌자면, “어떻게”라는 중요한 문제에 답을 내려야 한다. 광고로, 또는 책을 써서, 또는 영업? 따지고 보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답을 내릴 수가 없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모델은 역시 마케터가 되거나 또는 저자가 되는 것이다. 적어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전파한다는 점에서는, 즉 목표 관점에서는 비슷하다. 그래, 책을 쓰자. 그런데, 무슨 책을 쓰지?

변호사라면서 그냥 법 이야기 하면 되겠네. 그것도 미국법 이야기 하면 되겠네. 뭐 고민이 그렇게 많아? 손에 떡을 너무 많이 쥐고 있어서 그런가?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첫째, 변호사에게는 비밀유지 의무라는게 있어서 내가 하는 일의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또, 그 범위는 모호하다. 변호사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이다. 다른 문제도 마찬가지 아닌가. 법만 어기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창의적으로” 법을 어기는 것도 문제 없다는 사람도 있고, 법만 어기지 않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고객과의 소통의 내용만 공개하지 않으면 되는거지, 굳이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어떤 것을 조사하고 공부하고 있는지하는 것까지도 함구해야 하는가? 물론, 그렇지는 않다. 그래도… 둘째, 내가 어떤 글을 썼는데, 그 글을 누군가가 읽고 거기에 따라 행동했는데, 그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내가 여기에서 쓴 것은 단순히 조언일 뿐이고, 블로그에 쓴 글을 읽었다고 해서 그가 내 고객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언제나 “만약의 경우”라는 것이 있는 셈이다.

양으로 승부하자는게 아니라

소비사회는 모든 소비를 급하게 만든다. 핸드폰은 1년에 한번, 늦어도 2년에 한번은 바꿔 주어야 한다. 자동차는 아마도 3-5년에 한번은 바꿔 주어야 하고, 이사도 비슷한 주기로 다녀 주어야 한다. 소비사회에 산다는 것은 참 피곤한 일이다. 적성에도 맞지 않는다. 내가 지금 쓰는 컴퓨터는 거의 5년째 쓰고 있고, 자동차는 15년 넘게 타고 있다. 고장도 안나는데 왜 바꾸지? 컴퓨터에 관한 한은 얼리어답터인 것 같지만, 이런 점에서는 나는 참 보수반동적인 것 같다.

소셜 네트워크는 이 모든 것을 쉽고 간단하고 편리하게 만들었다. 글을 쓰기도, 다른 사람을 따라 다니기도, 어떤 글을 “좋아하기”도 너무 쉽다. 나처럼 마크 저커버그 보다는 아론 슈워츠가 인상도 비전도 접근법도 더 맘에 드는 사람에게는 곤혹스러운 세상의 발전이다. 나는 소셜 네트워크보다는 RSS가 더 발전하는 세상에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니, 나도 이제는 구닥다리인 셈이다. 아재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블로그를 하면서 링크와 가벼운 단상만으로 할때는 모든게 간단하고 쉬웠다. 이건 이제 소셜 네트워크로 다 할 수 있다. 뭔가 그보다 더한 것을 하려면 시간을 훨씬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과거 내 원칙은 하루 1시간 이상은 글을 쓰는데 할애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지금 이미 이 글은 1600자를 넘어서고 있다. 양으로 승부하자는게 아니라, 제대로된 글을 쓰기에는 시간과 공이 많이 든다는 뜻이다. 하루 한 시간으로는 어림도 없다. 더 힘든 것은 이렇게 글을 쓰고 나서, 어렵게 탈고를 해야 한다. 취미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격이 될 게 빤하다.

반성과 계획: 컨텐츠 전략

사람은 원래 남탓하는 동물인지라, 이런 어려움을 모조리 스킨 탓으로 돌리기로 했다. 지금껏 쓰던 스킨은 tufte-jekyll theme이라는 것이다 (데모 페이지). 이것은 프리젠테이션과 비쥬얼리제이션의 세계적인 대가로 꼽히는 Edward Tufte의 책과 프린트물의 비쥬얼을 거의 그대로 구현한 것이다. 그걸 Ed (데모 페이지)이라는 텍스트 중심, 미니멀리즘 스킨으로 바꾸었다. 과거 사용했던 Tufte 스킨에 대한 불만은 첫째, 이것은 인쇄해서 보면 아주 좋지만, 웹으로 보면 그럭저럭 괜찮지만, 모바일로 보면 별로이기 때문이다. 둘째, 폰트 구성까지 세심하게 구성이 되어 있는데, (과문한 탓에) 한글 웹폰트로는 이걸 적당하게 만들 방법이 없었다. 한 마디로 하자면, 명필이 아니므로, 붓을 탓하기로 한 것이다. 반대로 Ed는 사실상 블로그에 적합한 도구가 아니다. 아예 기본 설정에 블로그 포스트 기능을 포함시켜 놓지 않았다. 이것도 내가 좋아하는 미니멀리즘의 구현이지만, 터프트와는 달리 텍스트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놓았다. (터프트를 이용해서 글을 쓸 때 또 한 가지 고민은 적절한 시각화 방편을 찾지 못하면 대략 낭패라는 느낌이 많이 든 것이었다. 사실 글을 쓰는 것보다 적절한 예시 그림 등을 찾는 데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한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모바일에 더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의 결심은 이렇다. 첫째, 자주 쓰기보다는 오래 쓰자. 그러니까, 매일 한 시간씩 할애한다고 하면, 하루에 하나씩 글을 쓰는게 아니라, 한 일주일에 하나 정도, 실제로 뭔가 도움이 될 글을 써 보자는 것이다. 둘째, 링크나 간단한 단평을 남기기 보다는 좀 더 정교한 글을 써 보자. 셋째, 셋째 목표는 천천히 생각해 보자. 그리고, 다음과 같이 여기에 (책으로, 또는 책처럼) 남길 글의 구조를 잡아 보자. 이 구조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나 자신의 본성에 더 가까운 방식으로 구조를 잡아 보자.

법 이야기

가장 고민한 부분이다. 지금도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위에서 말한 걱정거리 외에도 걱정거리가 몇 가지 더 있다. 첫째, 블로그의 특성상 전체 그림을 보여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블로그의 장점이라면, 전체 그림을 보여 줄 필요 없이 책으로 치자면 맨 처음에서, 중간에서 또는 맨 마지막에서 시작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누구도 블로그에서 전체 그림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 자신의 본성에 더 가까운 이야기를 하면서 법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있는가? 사실 이런 고민 때문에 지금까지 법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했었다. 그러다보니, 나의 온라인 페르소나는 법과는 전혀 무관한 컴퓨터 기술이나 블로깅이나 스타트업 등등에 집중되에 비쳐지는 이상한 왜곡현상이 빚어졌다. 그 자체로 그리 나쁜 것은 아니고, 내가 안전지대만 찾아서 블로깅을 한 결과이니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심각하게 블로깅을 하려 한 이상은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두번째 고민은 변호사의 관점에서 법을 바라볼 때에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얼마전, 소위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시작하면서, 어딘가에 이런 질문이 올라온 적이 있었다.

공무원인 여자친구애게 청혼을 하려는데, 백만원짜리 반지를 선물하면 법에 걸리나요?

절묘한 질문이다. 그렇지만, 이 질문을 한 사람이 (아마도) 제기하는 문제처럼 이런 문제가 소위 김영란법의 취지를 부정하게 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법의 취지나 목적은 (데카르트의 표현을 빌자면) 법의 내포 (또는 개념적 규정)의 문제이고, 제기한 질문은 (마찬가지로 데카르트의 표현을 빌자면) 법의 외연 (또는 적용 범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외연에 대한 공격으로 법의 취지나 목적을 부인하지는 못한다.

이 문제의 다른 차원은 이 법의 실천적 의미에 있다. 그런데, 실천적 의미는 사람의 관점 또는 처지에 따라 다르다. 법의 적용을 앞둔 공무원이나 기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기업의 홍보실 직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다르고, 또 학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과 판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과 변호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변호사는 누군가의 편을 드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누구의 편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접근법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나는 이 블로그에서 도대체 어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가? 이런 문제를 회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아예 거론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블로그를 하면서 취했던 관점이었다.

내가 학자의 관점에서 접근할 때, 이것은 나의 본성, 내가 평소에 가장 나 다운 행동에서 상당히 일탈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아직 숙제이다. 한 가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실천적 지식”의 적용을 위해 필요한 배경지식으로 접근하자는 정도이다.2

내가 일하는 방법

나는 컴퓨터를 좋아한다. 컴퓨터를 통해서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찾아 내는 것을 좋아하고, 또 여기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그러니까, 가르치는 것을) 즐긴다.

여기에는 또 다른 차원이 있다. 요즘 시대에는 모든 일이 다 협업 기반이다. 심지어는 변호사가 하는 일도. 내가 아무리 좋은 방법을 찾아 내어 개인적으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일의 효율성은 반감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역행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보자. 나는 문서를 작성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이 LaTeX이라고 믿는다고 하자. 그런데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만 사용한다. 타협안으로 나는 markdown으로 글을 써서, 이걸 pandoc으로 변환하는 방법을 제안하였다고 해 보자. 그런데, 아무도 그게 가장 좋은 생각이라는 점에 설득당하지 않는다. 이런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 내가 가장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조금씩 공유하는 것이 좋겠다.

책 이야기 및 영어 이야기

링크 블로그에서 한 걸음 더 나가서 내가 가장 많이 썼던 이야기가 아마도 내가 읽는 책 이야기일 것이다. 나는 책을 좋아한다. 컴퓨터와 더불어 내 취미의 양대산맥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조금 더 다르게 접근하고자 한다. 과거에는 읽는 책에 대해서 한 마디 단상을 남기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한 걸음 더 나가서 조금 더 심각하게 내용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글을 쓰는데 시간을 좀 더 쓰고자 한다. 그 대신 글의 빈도수는 훨씬 적어지겠지만, 어쩌면 불가피한 타협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과학기술 이야기

이런 페이지가 필요한 이유는 첫째, 나는 과학덕후이기 때문이고, 둘째, 소개의 글에서 말한 것처럼 이런 분야별 지식 (domain knowledge)가 나의 경쟁력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컴퓨터, 전자 등에 관심이 많으며, 요즘에는 (지난 3년간) 바이오도 배우려 노력하고 있다 (쉽지는 않다).

경제경영 이야기

창업은 나에게 로망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갈수록 이것은 필수가 되어 가는 것 같다. 불행히도, 전문지식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여기에서는 경제경영에 대해서 내가 생각하는 것과 정리하는 것을 모아 두려 한다.

세계 이야기

세계 여기저기에 관심이 많다. 미국은 꽤나 잘 안다고 생각하며 (미국 변호사니까), 동남아도 제법 다녀 보았다. 요즘은 중국을 배우려 노력하며 (그렇지 않은 사람 있겠는가, 특히 한국에서?), 중동에도 관심이 생겼다. 이 세상에서 가장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나 퍼즐을 원한다면, 중동에 관심을 가져보라.

PS:

이 글을 쓰기로 생각한 것이 – 즉 블로그를 바꿔 보기로 결심한 것이 – 9월 초이다. 물론, 그보다 훨씬 전부터 블로그를 바꿔 보겠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리고, 이 글을 쓰기로 한 것이 9월말이다. 대략 9월 25일 무렵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침내 완성한 것은 10월 9일이다. 이렇게 어렵다. 그런데, 내가 (일을 할 때는) 철칙으로 지키는 반드시 인쇄를 해서 종이로 다시 한 번 보는 것은 아직 하지도 못했다. 게다가, 글자 수는 자그마치 3,000자를 넘는다. 과연 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들지만, 한 번 해 보기로 한다.

각주

학술적인 글도 아닌데, 게다가 웹에서 글을 쓰면서 각주는 링크로 대체하여야겠지만, 여기 각주에서는 글의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는 내용을 적을 것이다.

  1. 또 다른 이유는 - 굳이 또 다른 이유가 필요하다면 - 리눅스의 창시자 리누스 토발즈가 말한 것처럼, 백업은 겁쟁이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Only wimps use tape backup: real men just upload their important stuff on ftp, and let the rest of the world mirror it) 믿음 때문이었다. – 리누스 토발즈 인용문에서. 역시 내가 말하니 너무 변명같다. ↩︎

  2. 당연한 말이지만, 여기에서 실천적이라는 것은 정치적인 의미에서의 실천이 아니다. 오히려,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방법에 대한 지식이라는 의미에서 실용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