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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미국 변호사의 서랍

인류 역사상 최대의 수수께끼 중동

2016년 10월 10일


198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했을 때, 모두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소련: 젠장, 괜히 시작했어. 본전도 못찾았네. 아무 것도 없는 땅에다 대고…

미국: 우쒸, 벌써 수건 던지고 난리야. 치사하게… 이제 누구와 싸우지? 레바논? 리비아? 모조리 다? 아참, 이라크가 있었지?

이슬람극단주의자들: 이제 두놈 가운데 한놈만 남았다! 힘 내자!

스캇 앤더슨이 쓴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책을 보면, 오늘의 중동을 도저히 이해도 안되고 어떻게 할 수도 없는 혼란의 도가니로 만든 것은 인도로 가는 길을 확보하려 했던 영국이 30%, 나머지 중동을 접수하려 했던 프랑스가 70%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주의: 스캇 앤더슨의 책 제목은 “Lawrence in Arabia”이고, 유명한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영화 제목은 “Lawrence of Arabia”이다). 그런데, 요즘 중동을 보면, 영국이나 프랑스보다는 미국이 상황을 어지럽게 하는데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America’s War for the Greater Middle East의 저자인 Andrew Bacevich는 이렇게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부터 1980년까지 대중동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죽은 미국인 군인은 거의 없었다. 1990년 이후에는 그 곳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 죽은 미국인 군인은 거의 없었다.1

위 지도를 보면, 우리가 중동지역이라고 하는 곳은 다양하고 복잡하기가 피라미드나 만리장성을 가볍게 뛰어 넘는 인류 최대의 미스테리이다. 물론, 위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나름 수수께끼를 “풀지는” 못하더라도 “이해할” 수는 있다. 스캇 앤더슨의 책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배경은 시대적으로는 1차대전이고, 공간적으로는 주무대가 아라비아반도의 서쪽, 즉 이집트와 레바논,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이다. 즉, 오토만 제국의 몰락을 전후하여 홍해와 아덴만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드라마이다. 지금 읽고 있는 “미국의 대중동 전쟁”의 배경은 1980년부터 현대, 공간적으로는 아프가니스탄, 이란, 이라크 등 아라비아반도의 동쪽, 페르시아만을 둘러싼 현대전이다. 전투의 양상이 다를 뿐 아니라, 시대 배경도 다르다. 스캇 앤더슨의 책을 다 읽고 나면, 미국은 괜히 억울하게 느껴진다. 아직 읽고 있지만, 바세비치는 반대이다. 미국이 중동에서 얼마나 바보짓을 했는지를 역설하고 있다.

오해하지는 말라. 바세비치는 급진주의자도 아니고, 이슬람도 아니다. 그는 미국의 카톨릭 보수라고 한다. 그는 월남전에 참전한 군인이고, 보스턴대학교 교수이다. 아들은 2007년 이라크전에 참전하였다가 사망하였다 (위키피디어 페이지). 보수적일 뿐 아니라, 진보적일 이유가 없는 그가 레이건, 부시의 중동 정책의 어리석음을 통열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주장은 그는 이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 지미 카터의 1979년 7월 15일 산상수훈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것이다.2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의 본질은 더 이상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로 정해지지 않고, 그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로 정해집니다. 그러나 우리는 물건을 소유하고 물건을 소비한다고 해서, 의미를 갈망하는 우리의 열망을 채우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물질적 소유를 쌓아 놓는다고 해서 자신감도 없고 목적도 없는 삶의 공허감을 채우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배웠습니다.3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싶으신겁니까, 대통령 각하? 산상수훈에서 대통령 각하께서 하시는 말씀은 오일쇼크도 났는데, 기름 좀 적게 쓰고 근검절약하면서 살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보면, 1차대전 당시 중동의 (서쪽의) 운명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이상주의자인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결정하였고, 현대 중동의 (동쪽의) 운명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도덕주의자인 지미 카터 대통령이 결정한 셈이다. 아닌가? 물론 아니다. 미국인은 지미 카터의 열정적인 기도하자는 손을 뿌리쳤고, 카터 대통령은 카터 독트린으로 방향을 선회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다음번 대통령으로 레이건을 뽑았다. 오일쇼크는 하나의 배경일 뿐이었다. 인질극, 혁명, 소련 등등 그보다 더 크고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배경들이 첩첩이 쌓여 있었다.

그렇지만, 보수주의자 바세비치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수긍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레이건 이후 냉전으로의 복귀 열망과 냉전시대의 이분법은 중동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 문제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소련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 대한 내 생각은 간단하다.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이기고 그들은 진다.4

중동 문제를 해결하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없다. 원래 없었다.

인류 최대의 수수께끼를 풀어서 대박을 내고자 하는 젊은이라면, (소프트웨어나 바이오테크같은 정말 끝내주는 수수께끼도 많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었지만, 아직 해결은 커녕 이해도 하지 못하는 중동 문제라는 수수께끼에 접근해 보는 것도 좋겠다.

여담이지만, 저자들이 상을 받는 계절이 돌아왔다. 중동에 (약간) 관심이 있지만, 여기에 이 책 “미국의 대중동 전쟁”이 내셔널 북 어워드(National Book Award)의 넌픽션에 최종후보로 포함되었다기에 읽기 시작했다. 독서의 계절을 보람있게 보내고자 한다면, 여기 있는 책에서 골라 보는 것도 좋다.

각주

  1. From the end of World War II until 1980, virtually no American soldiers were killed in action while serving in the Greater Middle East. Since 1990, virtually no American soldiers have been killed in action anywhere else. - Andrew Bacevich, America’s War for the Greater Middle East ↩︎

  2. 위대한 도덕주의자 지미 카터의 산상수훈 연설은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

  3. Human identity is no longer defined by what one does, but by what one owns. But we’ve discovered that owning things and consuming things does not satisfy our longing for meaning. We’ve learned that piling up material goods cannot fill the emptiness of lives which have no confidence or purpose. - Jimmy Carter 1979 Speech ↩︎

  4. My idea of American policy toward the Soviet Union is simple. It is this: We win and they lo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