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al] 문학으로서의 계약 - 아마존 게임엔진의 좀비조항

2016년 2월 11일

아마존에서 lumberyard라는 게임 엔진을 출시하였다고 한다. 이럴때 보통 사용조건을 계약서에 포함시킨다. 물론, 아무도 읽지 않는다. 어떤 때에는 계약 검토하고 돈을 받는 이유가 아무도 읽지 않는 것을 읽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읽기 싫은데, 너라도 읽을래?). 여하튼 맨 아래로 내려가 보면 (스크롤의 압박..ㅠㅠ)

57.10 Acceptable Use; Safety-Critical Systems. Your use of the Lumberyard Materials must comply with the AWS Acceptable Use Policy. The Lumberyard Materials are not intended for use with life-critical or safety-critical systems, such as use in operation of medical equipment, automated transportation systems, autonomous vehicles, aircraft or air traffic control, nuclear facilities, manned spacecraft, or military use in connection with live combat. However, this restriction will not apply in the event of the occurrence (certified by the United State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or successor body) of a widespread viral infection transmitted via bites or contact with bodily fluids that causes human corpses to reanimate and seek to consume living human flesh, blood, brain or nerve tissue and is likely to result in the fall of organized civilization.

위에서 강조한 부분이 핵심이다. 가볍게 해석해 보자면,

57.10 허락된 사용, 안전과 직결되는 시스템의 경우. 당신이 Lumberyard Materials을 사용할 때에는 AWS 허락된 사용에 대한 정책을 준수하여야 한다. Lumberyard Materials는 생명에 직결되거나 또는 안전과 직결되는 시스템, 예를 들어 의료장비, 자동 운송 시스템, 자동화된 자동차, 항공기 또는 항공관제, 핵장비, 유인 우주선, 또는 실제 전투상황과 관련된 군사적 사용 등에 사용하도록 하는 의도가 없다. 다만, 위의 제한은 (미국의 질병관리센터 또는 그 후속 조직이 인증한 바) 깨물거나 또는 체액과 접촉함으로써 전염되는 광범위한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하여 인간의 시체가 다시 움직이게 되고 살아있는 인간의 육체, 피, 두뇌 또는 신경조직을 먹으려 하는 경우, 또 이로 말미암아 조직화된 문명사회가 몰락하게 될 가능성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한 마디로 좀비가 나타나면, 위의 제약은 적용되지 아니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좀비가 나타나면, 아마존에서 제공하는 럼버야드를 이용하여 핵시설을 돌려도, 항공기 관제를 해도, 유인 우주선을 날려도 상관 없다는 말이다. 아마존 너무 관대한 것 아닌가?

도대체 왜 이런 좀비 조항을 넣을까? 첫째 이유는 아무도 계약서를 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계약서를 쓰는 변호사도 (아마도) 지겨워졌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여기서 Lumberyard Materials라는게 제57.1조에 따르면 게임 엔진, IDE 및 관련 자산과 툴인테, 누가 그걸로 핵시설을 돌리겠는가? 그렇지만, 혹시 누군가가 그런 짓을 만에 하나라도 한다면, 이와 관련해서 아마존이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계약서를 쓰는 사람이 단도리해야 하는 임무이므로, 무시할 수는 없고… 게다가 뭔가 좀비 비슷한 이야기를 이 게임 엔진으로 만들 수도 있는거고…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이 지겨운 계약서를 읽고 이렇게 블로그질을 해 주어서 좀 더 관심을 끌게 하는 것도 (“그거 알아? 아마존 게임엔진 계약서에는 좀비조항이 있대!” “우와, 대단한데! 그 변호사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서 다 생각했구나!”)…

계약 작성자라면, 당연히 “좀비가 나타나면”이라는 문학적인 표현을, 위에서처럼 형식적인 계약서적인 언어로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그리고, 이왕 만들었으면, 어딘게아는 써 먹어 보고 싶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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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gal] 문학으로서의 계약 - 아마존 게임엔진의 좀비조항 - February 11, 2016 - Hyu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