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ntly legal] 넷플릭스의 립서비스

2016년 1월 17일

진짜? VPN을 막겠다고? 넷플릭스 때문에 두 번 놀랐다. 그 이전에 한국을 포함하여 190개 국가에서 넷플릭스를 볼 수 있다고 했을 때도 놀랐다. “진짜? 벌써? 5년이나 10년이나 20년 뒤가 아니라?” 그리고, VPN을 막을 수 있다고? 솔직히 한번 해 보고 싶었다. 1년에 5만원이면 제법 괜찮은 VPN 살 수 있는데… 그것도 아까우면 아마존 AWS 1년간 무료로 쓸 수 있는데, EC2에 VPN 설치해서 쓰면 1년간 무료 VPN인데… 해 볼까? 참자…

그러다가 techcrunch의 자매사이트(?)인 techdirt에 올라온 기사 Netflix Pretends It Will Crackdown On VPNs Just Days After Admitting It’s Futile To Do So에서 “너 뻥카지?”라고 하는 것을 보고, 그럼 그렇지 생각했다. Techdirt에서 인용한 블로그 포스트의 일부이다.

Some members use proxies or “unblockers” to access titles available outside their territory. To address this, we employ the same or similar measures other firms do. This technology continues to evolve and we are evolving with it.

이 계약서에서 걸어 나온 것 같은 말은 남들이 노력하는 만큼은 우리도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모든 이야기가 다 그렇듯이 진짜 보석은 그 다음에…

“Our ambition is to do global licensing and global originals, so that over maybe the next five, 10, 20 years, it’ll become more and more similar until it’s not different”…“We don’t buy only for Canada; we’re looking … for all territories; buying a singular territory is not very interesting any more.”…“When we have global rights, there’s a significant reduction in piracy pressure on that content. If a major title goes out in the U.S. but not in Europe, it’s definitely pirated in Europe, much more than it is if it’s released simultaneously,” Mr. Hunt says.

진짜? 앞으로 5년, 10년, 20년 뒤에는? 진지하게 글로벌 라이센싱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고? 그래서 앞으로 20년 내에는 할 수 있다고? 20년 뒤에 뭔가를 하겠다는 “야심”?

몇년전 나름 흥미롭게 읽었던 Poorly Made in China라는 책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공장 아비트라지”라고 할 만한 기법을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잘 나가는 샴퓨 제조업체가 중국에 레시피를 주고, 레시피에 따라 샴푸 1백만개를 만들어서 납품하는 거래를 제안한다. 제조원가가 1달러라면, 중국 회사는 1달러에 납품한다. 기꺼이… 실제로는 중국 공장은 2백만개를 제조한다. 그래서, 1백만개는 주고, 나머지 1백만개는 지적재산보호가 약한 나라에 “알아서” 가져다 판다. 진짜 돈은 이걸로 버는 것이다. (어차피 번역도 되지 않은 책, 읽기 귀찮으면 INSEAD 서평 참고)

위 책에서는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고 그치지만,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조금만 살펴 보자. 이런 종류의 마인드 게임은 치매예방도 되고 좋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지적재산이라는 “재산”의 특징 때문이다. 지적재산이 재산인가? 언제부터? 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요망한 것을 땅이나 자동차와 같은 종류의 재산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것은 근대 이후이다. 국가별로 법률을 만들어 지적재산을 재산으로 인정하기 시작하였다. 이 교과서적인 진술의 이면은 바로 다른 재산과는 달리 이것은 나라가, 정부가 재산이라고 인정하였기 때문에 재산이라는 것이다. 꽃이라고 불러 주기 전에는 꽃이 아닌 것처럼… 이 말이 또 의미하는 것은 이게 무슨 종류의 재산인지 하는 것은 나라별로 다를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말이 또 의미하는 것은 이것은 나라가 재산이라고 인정해주는 범위 내에서만 재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애플-삼성 소송의 한국 배상액과 미국 배상액을 비교해 보라. 여기에 아비트라지의 기회가 있다.

나라별로 재산의 성격이 다르다는 이 골치아픈 상황을 피하기 위하여 국제조약이나 국제기구같은 것이 많이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세계 모든 나라가 다 가입한 것도 아니고,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성격은 다 다를 수 밖에 없다. 요령은 지적재산에 대한 이해와 준수정도가 낮은 나라를 찾는 것이다. 어렵지도 않다. 미국과 유럽만 피하면 된다. 나머지는 아프리카, 동남아, 남미 등등에 가져가다 직접 팔면 되는 것이다. 핵심은 미국과 유럽에는 절대 들어가면 안된다.

그런데, 어쩌다가 “실수로” 미국에 조금, 한 100개 정도 가져다 팔았다고 치자. 미국 회사가 미국에서 소송을 건다. 미국 회사는 당연히 백만개 전체에 대한 배상을 받고 싶을 것이다. 중국 회사는 당연히 백개에 대한 배상을 하고 끝내고 싶을 것이다. 중국 회사 입장에서야 미국 회사가 아프리카, 동남아, 남미 전세계에서 소송을 걸기를 원할 것이다. 그중에 많은 수는 제대로 소송도 못할 수도 있고, 배상액 기준도 다를 것이다. 그리고, 일단 소송 비용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만으로도 큰 이득이다 (이태리 속담처럼 친구의 불행은 나의 행복).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이다. 게다가 Wired지도 말한 것처럼 사실 현재 상태에서 제일 유리한 것은 넷플릭스이다.

물론, 넷플릭스의 입장이 위 중국 회사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영화사와 넷플릭스가 라이센스 협상을 한다면, 여기에서 글로벌 라이센싱을 더 원하는 회사는 당연히 넷플릭스는 아닐 것이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균질하게 배포할 수록 해적질의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보면 넷플릭스도 영화사만큼은 아니라도 약간은 원하겠지만). 이게 바로 5년, 10년, 20년 뒤에는 할 수도 있다는 말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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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ntly legal] 넷플릭스의 립서비스 - January 17, 2016 - Hyun Kim